항목 ID | GC04217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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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小說 |
영어의미역 | Novels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부산광역시 |
시대 | 근대/일제 강점기,현대/현대 |
집필자 | 조명기 |
[정의]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소설가들이 사실 또는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민 산문체 문학 양식.
[개설]
부산은 개항과 더불어 성장, 발달한 근대 도시이다. 가야의 역사, 그리고 대일 교섭과 임진왜란의 통로, 조선 후기 국방·외교·무역 등의 중심지라는 전근대의 역사를 거친 후, 일제 강점기에 들어 식민 도시의 형태로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 해방 이후 해외 동포들의 대규모 귀환과 6·25 전쟁기 임시 수도 부산으로의 대규모 피난 등으로 부산은 급격한 인구 팽창을 겪었다. 국가 주도의 산업 발전기에는 제1의 수출 무역항, 해외 무역의 관문으로 기능하였다.
부산은 한 지역에 속하면서도 편협한 지역성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항구도시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역사 사회적 여건에 따른 인구의 팽창과 여기서 파생된 개방성과 역동성은 부정적으로는 정신적인 구심점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지역 고유의 문화가 부족하다는 평가 역시 부산은 근대에 들어 급격히 팽창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부산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로 인하여, 어느 지역의 소설[문학]을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부산 소설[문학]이란 무엇인가, 즉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부산 소설로 일차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작가의 출생지나 거주지 등에 따른 차이에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부여할 것인가가 가장 고민되는 문제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동성을 중요한 속성으로 삼는 근대에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한 항구 도시라는 특성, 해방과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겹치면서 부산의 지역성은 개방성과 역동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로 말미암아 부산은 한국 각 근대사의 표본 혹은 징후적 공간으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이는 소설가들 역시 부산을 정주지로 여기는 경향이 낮았기 때문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여기서는 작가가 부산에 거주하지 않았거나 그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중요한 의미의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다루고자 한다.
1. 일제 강점기
이 시기의 부산은 근대에 막 탄생하고 있는 공간이며, 대표적인 식민지 공간이다. 따라서 근대와 식민지적 성격은 부산을 설명하는 두 키워드다. 근대성과 개방성이 하나의 묶음이라면, 이것을 두루 담고 있는 소설은 이인직(李人稙)[1862~1916]의 「혈의 누」[1906]이다. 부산이 등장하는 최초의 현대 소설은 곧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개화기 소설이기도 하다. 여기서 부산은 근대를 의미하는 증기 기관선이 드나드는 개항장으로서 근대 문물과 제도를 갖춘 외국으로 열린 유일한 창구로 묘사되었다. 식민성을 주시하는 소설 또한 공존할 수밖에 없는데, 부산을 인신매매 등 범죄의 공간으로 그리면서 일본화 되어 가는 공간의 변화상을 놓치지 않은 이인직의 「귀의 성」[1906]과 최찬식(崔瓚植)[1881~1951]의 「추월색」[1912]이 그 예이다.
식민지 근대의 충격이 다소 가신 후 그에 대한 관찰과 대응이 진행되는데, 부산은 이는 거리화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염상섭(廉想涉)[1897~1963]의 「만세전」[1922]에 이르러 부산은 개화기 소설이 그린 부산, 즉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이비 유학 통로의 성격에서 벗어나 감시와 검문 등 식민지 통치가 본격화되면서 일본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반면 조명희(趙明熙)[1894~1938]의 『낙동강』[1927]이 묘사하는 부산은 암담한 일제 강점기에 치열한 정신력을 지닌 혁명적 지식인이 행동하는 공간이 된다.
일제 강점기의 부산은 또한 현실적 삶을 위한 도항의 공간이기도 했는데, 이동구의 「도항 노동자」[1933]는 도항의 공간 부산을 세밀하게 다루었으며, 이남원의 「부산」[1935]은 도항 실패자의 눈으로 부산을 묘사하였다.
2. 전후기
전후기의 부산 소설은 피난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피난상이 재현되는데, 한 가족의 피난살이를 다룬 황순원(黃順元)[1915~2000]의 「곡예사」[1952], 관념과 현실의 괴리를 다룬 안수길(安壽吉)[1911~1977]의 「제삼 인간형」[1953], 실존주의가 덧보태어진 자기 소멸과 불안 의식으로 부산을 묘사한 손창섭(孫昌涉)[1922~2010]의 「비오는 날」[1953], 짙은 허무 의식으로 부산을 더듬는 김동리(金東里)[1913~1995]의 「밀다원 시대」[1955], 부산을 절망과 소외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호철(李浩哲)[1932~]의 「탈향」[1955] 등이 그러하다.
3. 산업화 시기
산업화 시기의 부산은 4·19 혁명의 결과, 그리고 경제 구조의 재편으로 인한 각종 결과물들의 선체험지 혹은 징후지로 읽히고 있다. 이때 부산은 고유 명사인 동시에 한국의 표본이라는 의미를 함께 지닌다. 4·19 혁명의 열정과 순수함이 폭풍 앞에 서 있는 상황을 부산을 통해 그린 서정인의 「물결이 높던 날」[1963] 이후, 부산은 정치 쿠데타와 독재로 인한 혼란상, 산업화 시기 한국의 도덕적 혼란상을 대신하는 공간으로 묘사되었다. 이호철의 「부시장 부임지로 안가다」[1965]와 『소시민』[1964~1965]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이문열의 「하구」[1981]에서 부산은 입사를 통한 성장의 공간으로 설정된다.
[부산 소설가의 부산 소설]
여기서 부산 소설가란 부산에서 출생하거나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부산 문단에서 활동한 소설가를 가리킨다. 이럴 때 부산 소설의 두 축은 단연 김정한(金廷漢)[1908~1996]과 이주홍(李周洪)[1906~1987]이다. 물론 부산 최초 신춘문예 데뷔 작가인 김말봉(金末峰)[1901~1962] 역시 빼놓을 수는 없지만, 이 작가의 소설에서는 신문 연재소설이 갖는 통속성이 부각될 뿐 『별들의 고향』[1950] 외에는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뚜렷이 찾기는 어렵다.
이주홍은 해방 이후에야 부산에 정착하여 부산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볼 때, 부산 소설가의 부산 소설은 일제 강점기 사찰의 착취와 이로 인한 농민들의 고통과 극복 의지를 그린 김정한의 데뷔작 「사하촌」[1936]에서 시작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는 「그러한 남편」[1939]에서도 부산을 그린 후 오랫동안 절필을 하다가 「액년」[1956] 등에서 다시 부산을 소설 안으로 끌어들인다. 낙동강 하류 지역을 배경으로 한 「모래톱 이야기」[1966]로 산업화 시대의 정치·사회·역사적 문제점들을 폭로하였고, 「유채」[1968], 「수라도」[1969], 「산서동 뒷이야기」[1971] 등의 부산 소설을 발표하였다.
1947년 이후 40여 년간 부산에서 활동한 이주홍은 「안개 낀 아침」[1952], 「종차와 여왕」[1952], 「철조망」[1953], 「늙은 체조 교사」[1953], 「바다의 시」[1965], 「지저깨비들」[1966], 「동래 금강원」[1969], 「음구」[1972] 등 상당수의 부산 소설을 통하여 서민들의 소외된 삶과 타락한 현실에 대한 고발정신, 화해와 포용의 모성 지향적 성격을 보여 주었다.
시인에서 소설가로 전환한 오영수도 「갯마을」[1953]을 통해 바닷가 마을의 삶과 애환을 그림으로써 부산 소설을 풍성하게 만들었지만, 부산 소설이 탄력을 받은 시기는 1960년대 들어서였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 부산의 역사와 향토기를 다룬 『부산포』 3부작[1986]의 최해군, ‘요산의 문학적 아들’이라 불리며 삶과 문학 모두 부산을 산실로 삼았던 윤정규 등이 이 시기에 등단했다. 이후 이규종, 조갑상 등의 소설가가 등장하였고, 1982년 부산소설가협회가 결성되어 현재 회원이 50여 명에 이른다.
근래에는 추리 소설가 김진명, 『부산 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곰치 등 부산에서 거주하면서 개별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왕성하게 출현하는 한편, 여러 소설가가 부산의 장소성·공간성에 초점을 맞추어 생산한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이 출판되고 있다. 정태규 외 27명의 소설가가 참여한 『부산을 쓴다』[2008]와 배길남 외 6명의 소설가가 참여한 『도요문학무크』 1 소설 『부산데일리 훌랄라 기획부』[2012]가 그것이다. 부산에 대한 개별적 탐색 못지않게 집단적·경향적 탐색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부산 소설의 큰 줄기가 사실주의 정신에 있음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