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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집’- 이젠 청년회에서 짓다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22C030205
지역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산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홍수정

달집태우기는 우리나라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민속놀이이다. 한때 산불 조심을 이유로 정부에서 금지하기도 했으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오늘날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대동놀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봉산마을에서도 지금까지 달집태우기가 연행되고 있다.

본시 봉산마을에서 이루어지던 달집태우기는 ‘달에 집’이라 불렀으며, 바로 연접한 송정마을과 함께 행하던 민속놀이였다. 그러다가 20여 년 전 자여마을의 당산제 시작과 함께 달에 집 놀이도 자여마을 네 곳이 함께 하는 민속놀이로 합쳐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자여마을달집태우기는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매년 정월 대보름 저녁 달 뜨는 시간에 맞추어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달집은 그 이전에 지어져야만 시간에 맞추어 놀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달에 집 만들기는 대개 정월 열사흘이 되면 각 마을 청년회에서 인근 산이나 들판에 자생하는 소나무와 대나무가지를 베어 재료를 준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재료가 준비되면 마을 어르신들이 그 나무를 가지고 달집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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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집

마을 어르신들은 예부터 “달에 집은 활활 불에 잘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연기가 나야지 좋은 것”이라고 하였다. 즉 사람들은 많은 연기가 좋은 일을 가지고 온다고 믿은 것이다. 연기가 많이 나게 하기 위해서는 잘 마른 나뭇가지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생 나뭇가지 등을 많이 이용하였다. 더욱이 소나무의 생가지는 다른 나무에 비해 송진이 많아 타는 데 연기를 많이 발생시켜 달집을 짓는 데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달집을 짓는 장소는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단지 산불을 조심하기 위해서 산지와 조금 떨어진 농지에 지을 뿐이다. 2008년 자여마을에서는 자여초등학교 옆 농지에 달집을 지었다.

매년 마을에서는 달집 재료 준비는 청년회에서, 달집을 만드는 일은 노인회에서 담당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이 모든 과정을 청년회에서 도맡아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대동놀이를 주관하는 집단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주민들에 의하면 ‘달집은 짚단 다섯 동 만큼의 크기’로 만든다고 한다. 이때 이야기하는 짚단 한 동은 달집 주위를 둘러쌀 수 있는 짚을 의미한다. 짚단 한 동은 달집의 둘레 2m를 감쌀 수 있다. 이 때문에 짚단 다섯 동 만큼의 달집은 둘레 10m 가량의 달집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는 예전의 달집과 같은 형태로 지을 만큼 재료를 충분히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 규모를 많이 축소해야 할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자여마을에서는 달집을 짓는 데 있어 둘레를 줄이는 것보다는 속을 비우는 것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달집의 규모가 작아지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달집은 음력 정월 열사흘 혹은 열나흘에 형태를 모두 갖추게 되나, 완성은 보름날이 되어서야 가능하다. 이는 달집은 최종적으로 금줄을 둘러야 완성되는데 금줄은 당산제를 지내고 큰줄당기기가 끝난 후에야 달집에 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금줄은 미리 꼬아 둔 왼새끼에 당산제를 지내면서 받은 기부금 명단을 적은 한지를 끼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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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창구에 둘러진 금줄과 소지

이와 같이 오늘날의 자여마을 달집태우기는 세대교체를 겪고 있다. 이 세대교체는 놀이를 주관하는 세대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형식의 변화는 놀이에 참여하는 마을 사람들의 고령화와 새로운 이주민들의 대동놀이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바쁜 생업 활동으로 인한 것이다.

“실제 놀이는 자여마을이 함께 참여하여 커진 듯 보이지만, 이전 달에 집보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거든. 나무도 다 못 구해서 부피도 적어지고, 풍물패도 마을 주민들이 하는 게 아니고 전문꾼들 불러다가 하고.”(황수남, 남, 64세)

주민들의 참여가 줄어들고, 전문 풍물패가 놀이에 개입되면서 달집태우기는 형식적인 대보름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많은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들의 참여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여 4개의 자연마을이 현재는 8개의 행정통으로 분동되었음에도 정월 대보름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마을 어르신들은 젊은 층이 빠진 오늘날의 달집태우기가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불에 타는 달에 집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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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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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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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태우기

[정보제공자]

황수남(남, 1945년생, 봉산마을 거주, 봉산마을 이장)

한판줄(남, 1941년생, 봉산마을 거주, 송산노인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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